나는 내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
이유는 없었다. 모두가 어릴 때부터 갖고 있는 이유 없는 꿈이 나에겐 회사 설립이었다.
어릴 때부터 “돈”으로 인해 성공과 실패, 희비가 갈리는 상황을 너무 많이 마주했다.
그래서 “돈을 많이 벌고 풍족하게 살려면 내 회사를 갖고 있어야 되겠다.”라는 생각이 무의식 중에 생긴 것 같다.
어떤 회사를 차려야 하나, 내가 잘하는 건 뭘까, 난 어떤 걸 할 수 있을까 세상을 쏘다녔다.
겁도 없고, 편견도 없었다. 할 수 있는 모든 분야의 알바를 다 해봤다.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 세상에서 나의 자리는 어딘지.
내가 직접 해보지 않고는 남의 말을 믿지 않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건 무작정 다 해봤다.
이 방법 외에는 세상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주변에서 회사를 만들려면 회계를 알아야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큰 회사는 실제로 어떻게 굴러가는지 궁금해졌다.
그렇게 나는 외국계 회사 재무팀 사원으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영어에 대한 감을 잃고 싶지 않아서 외국계 회사를 선택했고, 회계를 배우고 싶어서 재무팀에 들어갔다.
깊은 고민은 필요하지 않았다. 일단 해보는 게 나에게 최선의 선택이었다.
나에게 회사는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은 아니었다.
나는 회사가 돌아가는 시스템을 이해하고 싶었다.
어떤 수익 구조를 갖고 있는지, 인원(재직자)은 얼마인지, 부서별로 어떤 일을 하는지, 거래처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어떤 것들이 관리되어야 하는지 회사에 대한 모든 게 궁금했다.
회사에서 배울 수 있는 걸 빠르게 배워서 내 사업에 바로 활용하겠다는 게 내 목적이었다.
나의 첫 회사는 체계적이고 정돈이 잘 된 시스템을 갖고 있었다.
시스템이 잘 갖춰진 덕에 알고자 하면 모든 정보에 접근이 가능했다.
사람들 간의 오고 가는 대화, 전체 사업 정기 리포팅, 꼼꼼한 업무 프로세스 덕에 전체 업무의 큰 그림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다.
돈도 주고, 일도 가르쳐 주고. 회사가 꽤 맘에 들었다.
이제 전체 그림을 알았으니, 내 일을 해낼 차례였다.
회사 돌아가는 구조를 더 세밀히 알기 위해 내가 참조 처리된 업무 이메일부터 다 읽었다.
재무팀에서 회계 장부를 보는 것 만으로는 비즈니스를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어서 맥락 파악이 필요했다.
정확히는 회계 장부에서 숫자만 보고서는 이게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근데 이게 웬걸..
이메일을 다 읽어봐도 내가 알 수 있었던 정보는 잘못된 회계 처리의 발생, 그리고 회계 처리를 수정하기 위한 처리법에 대한 정보뿐이었다.
답답했다.
체계적인 시스템의 이면이었다. 내가 개입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가 한정되어 있는 것.
“나는 회계 처리를 위한 숫자를 수정과 차변, 대변의 돈을 맞추고 싶은 게 아닌데.. 내가 알고 싶은 건 비즈니스의 흐름과 숫자의 해석이고, 그 해석을 통해 내 의견을 비즈니스에 반영시키는 건데..”
좀 더 주도적으로 일하고 싶었다.
시키는 일만 하고 싶지 않았다.
“나 이렇게 계속 일할 수 있나? 이게 내가 원하는 방향인가?”
우리 부서 최고 직급인 부장님, 전무님을 보며 다시 생각했다.
“20년 뒤 내 모습도 저렇겠지..”
확실히 내가 원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그때부터였다.
내가 원하는 무언가. 그것을 쫓아가기 시작한 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