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를 하면 "역시 나는 I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이고, 연애 성향 테스트를 하면 "맞아, 나 이런 스타일이야"라고 공감합니다.

그런데 정말 그 결과가 "나"를 설명하는 걸까요?

솔직히 말하면, 대부분의 온라인 심리테스트는 학술적으로 검증된 것이 아닙니다. 문항 수도 적고, 표본도 작고, 신뢰도도 낮습니다.

그럼 심리테스트는 의미 없는 걸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심리테스트의 진짜 가치는 결과가 아니라,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연인이 약속에 늦으면 어떻게 하시나요?"라는 질문에 답할 때, 우리는 자동으로 자신의 과거 경험을 떠올립니다. 내가 A를 고른 이유, B를 안 고른 이유를 생각하면서 자기 안의 패턴을 인식하게 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자기 참조 효과(Self-Reference Effect)"라고 합니다. 자신과 관련지어 생각하면 기억과 인식이 더 선명해지는 현상입니다.

즉, 테스트는 거울입니다. 거울이 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고 내가 나를 인식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모퉁이에서 테스트 결과를 볼 때, "맞다/틀리다"로 판단하기보다 이렇게 물어보면 좋겠습니다:

"이 결과에서 나와 맞는 부분은 뭐지?"
"왜 나는 저 답을 골랐을까?"
"6개월 전에도 같은 답을 골랐을까?"

결과가 달라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사람은 변하니까요. 오히려 결과가 변했다면, "나는 이 기간 동안 이렇게 변했구나"를 확인하는 기회가 됩니다.

나를 알아간다는 것은 한 번의 테스트로 끝나지 않습니다. 질문하고, 돌아보고, 다시 질문하는 반복 속에서 조금씩 선명해지는 것입니다.